강원도 춘천에 사는 영지(가명, 19세)는 오랫동안 할아버지 심정한(가명, 83세) 씨와 단둘이 생활해 왔다. 어느 덧 심 씨는 여든을 넘겼고, 영지는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다.

영지는 불경기에 취업하기가 만만치 않은 현실을 감안해 가능하면 서울에 있는 대학의 영문과에 입학하고자 한다. 변변한 학원 한 번 다녀본 적 없지만 뜻밖에도 영어공부와 영미문학에 재능을 보이는 영지. 영미소설은 되도록 원서로 읽으려 노력하고 번역 쪽에도 관심이 많다.

중학교 때부터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해 온 터라 이번 수능성적도 기대 이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. 서울로 진학이 가능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다.

“요즘은 지방대 나오면 취업하기 힘들잖아요. 앞으로 할아버지랑 좀 더 잘 살려면 좋은 대학을 나와 하루 빨리 제 앞가림부터 해야 할 것 같은데, 어떻게 할지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.”

할아버지 혼자 남아 쓸쓸하게 집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, 쉽사리 발걸음을 뗄 수 없다. 영지에게 있어 할아버지는 어려서부터 자신을 보살펴준 부모 이상의 고마운 분이고, 혈육이라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나 다름없기 때문이다.

2009/04/27 13:38 2009/04/27 13:38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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